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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조건
eyes | 2004/09/04 00:56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요근래 나름대로 열심히 드라마를 보면서 발견한 법칙이 있다. 일명 '신데렐라의 조건'이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서는 가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새'의 주인공 이지은(이은주 분)은 잘나가는 집의 딸이었지만, 아버지의 사고로 헬퍼로 일을 하게 되어서야 신데렐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아버지로 인해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던 지은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을 잃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왕자를 통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얻은 것이다. 비록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지은의 두통거리였지 가장의 역할을 대리하고 있던 지은에게 더 이상의 구속력을 가질 수는 없었다.

'파리의 연인'에서 강태영(김정은 분)도 아버지가 물려준 카메라를 제외하면 그를 구속하는 가족은 없다. 철없는 작은아버지와 너무 철든 조카가 있지만 그들은 태영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기주와 수혁이 사랑할 수 있었던 태영은 '자유인'이었던 것이다.

'풀하우스'의 한지은(송혜교 역)은 완전히 홀홀단신이다. 아버지는 일찌감치 죽어서 유산으로 풀하우스를 남겨주었고, 이 집에서 지은은 이영재(비 분)와 유민혁(김성수 분)이라는 멋진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게 된다. 지은의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들에게 구속력 있는 가족이 있다면 신데렐라는 이루어질 수 없다. 유명한 노래인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라는 구절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그들이 계모와 언니들이었기에 신데렐라는 가족을 미련없이 떠날 수 있었고, 왕자는 신데렐라만을 좋아하면 신분의 차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신데렐라에게 심봉사 같은 부모가 있었다면 왕자는 결코 신데렐라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심청이도 심봉사가 눈을 떠서 심청이가 홀로 있을 수 있어서야 임금(?)과 만나지 않았던가.

아무리 백마탄 왕자라도 가족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는 새로운 가족을 형성할 뿐이다. 슈렉은 피오나의 아버지가 약소한 개구리가 되어서야 새로운 가족의 가장이 되었지만, 백마탄 왕자는 슈렉의 모험 조차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슈렉과 달리 이미 왕자인 것이다.

반대로 일일드라마에는 신데렐라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일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가족을 단위로 구성되기 때문이며, 이래야 드라마의 횟수를 길게 가져갈 수 있다. 여 주인공이 아무리 잘 나가는 집에 시집을 가도, 그 때부터가 갈등의 시작이다. 집안의 격차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시어머니는 언제나 집안이 기우는 며느리가 마땅치 않다. 임신이라는 만병통치약이 있지만 이것도 결말쯤 가야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도) 가족은 갈등의 조건이다. 그래서 일일드라마는 언제나 싸운다.

가족을 부숴라. 그것이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그렇지만 왕자는 단지 새로운 가족을 꾸렸을 뿐이다...

결국 가족은 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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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ail 초대권
mouth | 2004/09/02 23:35
별로 쓰지도 않았는데 생겼군.
뭔가 나눠줄 수 있다니 기분 좋은 일이긴한데..
요새는 너무 자주 봐서 필요한 사람이 여전히 있을지 모르겠군.

원하는 분들은 영문이름과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선착순으로 6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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