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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압박
mouth | 2004/09/08 22:28
요새 수업 겸 세미나 때문에 책을 읽고 있는데 아주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영어책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보고 있는 책은 로버트 영의 Postcolonialism-an historical introduction이다. (근데 부제에 왜 a가 아니라 an을 썼는지 모르겠다. 혹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분은 설명 좀 부탁합니다.)
읽은면서 드는 생각은 문장은 왜 이렇게 긴지, 단어는 왜 이렇게 헷갈리는지.. 그래도 번역 초안을 받아서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근데 해석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내가 영어 공부를 잘 안해서 그런지 읽다 보면 이중으로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선 영어를 어찌 해석하고, 다시 그 해석한 것을 한글로 생각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또 어쩔 때는 몇 구절 읽으면 무슨 얘기하는지 알겠는데 굳이 그 밑에 것까지 꾸역꾸역 읽어야 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지만 혹시 뭔가 나올까 싶어서 계속 읽고 있다. 그렇게 해도 특별한 이야기는 안나오지만 넘어가기가 부담스럽다;;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다.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좋아질 날이 있겠지. 근 9년간 영어를 '돌' 보듯이 한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그리고 참고로 며칠 포스팅을 못 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이영훈 교수 관련된 글을 쓸려고 한다. 대충 할 말은 정리했는데 좀 찾아볼 것이 있어서 시간이 좀 넉넉한 주말에 쓸려고 한다. 예고하고 이상하게 쓰면 안되겠지만.. 너무 기대하진 말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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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 물신성
thinking | 2004/09/05 01:10
이 글은 어딘가의 청탁으로 쓴 글의 후반부다.
이 글을 쓰는데 도움을 준 익명의 토론자에게 감사한다. 이런말 한 번 해보고 싶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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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정의는 애매한 점이 많은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으며, 폭력의 사용이나 위협이 따르고, 심리적 충격과 공포심을 일으키며, 소기의 목표나 요구를 관철’하려는 행위를 테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적 목적(공적 목적)을 갖는 점에서 (사적 목적에 의한)범죄일반과 다르고, 비전투원을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전쟁과 다르다. 덧붙여서 현대에 와서는 테러의 대상이 무차별 대상인지 압축된 표적인지에 따라서 테러와 암살로 구분하기도 한다.(토다 키요시, [평화학과 환경학], 36~37쪽) 여하튼 테러가 공통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상징적 공격행위’일 것이다.

안두희에 의한 김구 암살은 김구로 표상되는 정치세력의 상징적인 제거였으며, 미국의 경제적 패권을 표상하는 건물로써 쌍둥이 빌딩에 대한 테러는 미국에 대한 상징적 공격이었다. 물론 특정한 정치적 상징을 제거하는 것은 본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단지 상징적인 성공을 거둘 뿐이며, 더구나 테러 이후의 성패를 짐작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예를들면 자유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나로드니끼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에 대한 테러는 오히려 알렉산드르 3세의 등장으로 더욱 강력한 탄압 국면을 맞게 된다. 짜르 체제의 정점이 황제이기는 하지만 황제의 죽음이 체제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황제는 바뀌었지만 체제는 그대로라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이 저항운동 방법으로서의 테러에 대한 비판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판점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정치의식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맑스에 의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의 가치는 스스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교환가치를 자신의 실현수단으로 한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이유로 해서 상품의 물신성(物神性)이 나타난다고 한다. 즉 상품의 가치를 이루는 사회적 관계(노동의 사회적 성격)는 사라지고 교환가치가 상품에 본래적인 가치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신성이 정치의식으로 표현되면 현실의 모순을 특정한 대상의 속성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정한 이해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상징은 그것을 대표하는 주체로 인식되지만, 실상은 특정한 사회적 관계를 체현하고 있는 반영물이며 담지체인 것이다. 황제는 짜르 제체의 폭압을 상징하는 정치적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콘으로 대체되어도 체제 자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정희의 죽음이 유신의 종언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유신체제는 전두환을 위시한 잔당들에 의해서 계속되었던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부시의 낙선이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비슷한 인식의 표현이다. 민주당 후보인 케리가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위대한 미국’을 외쳤던 것을 상기하면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단순히 부시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시 낙선 운동은 미국판 ‘비판적지지’ 운동으로 사회개혁에 대한 대기주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마이클 무어의 화씨911의 한계를 이러한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문제를 부시의 개인적 문제로 대상화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현실의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는 환상이 바로 정치의식에 투영된 물신성인 것이다.

테러 등을 통한 정치적 상징의 제거는 결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매력적이다. 스페인 열차테러가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좌파의 집권을 도왔고, 그 결과 스페인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하게 되었던 것처럼 직접적인 성과를 목격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라크의 상황은 스페인군이 철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대로이다. 마찬가지로 이라크 무장단체가 故김선일씨를 침략자의 표상으로 살해한 것이나, 김구 ‘선생’이 쓰치다를 일제의 앞잡이로 생각하고 그를 제거한 것(치하포 ‘의거’의 자세한 내용은 도진순 주해, [백범일지], 92~96쪽을 참조)은 모두 정치적 물신성에 사로잡힌 행동인 것이다. 화폐를 노동증서로 바꾼다고 해서 자본주의의 물신성이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반복되는 테러와 폭력은 테러와 폭력의 악순환만을 강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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