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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동아시아론'에 대한 짧은 생각
thinking | 2004/10/08 00:00
한겨레21에 연재되는 기획중에서 '다시, 동아시아!'라는 기획이 있다. 이 지면에는 그동안 꽤 여러 가지 입장에서 '동아시아론'에 대한 설명이 실리고 있다. 막연하지만 답답하고 고루하게 느껴지는 분과학문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성행하고 있는 탈근대 담론의 영향이 겹쳐지면서 '동아시아론'은 상당한 매력으로 회자되는 것 같다.

나도 한 때는(늙은이 같은 표현--;;) 탈근대 논의에 상상력이 자극되서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 고민을 하면서 ('동아시아론'을 포함한) 탈근대 담론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던 긍정적이던 간에) 근대에 대한 강조와 인식론적 단절을 전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지금은 그러한 논의들의 이데올로기를 경계하며 읽고 있다.

거의 사서 보지 않는데 제임스 시노트 신부 이야기가 있길래 우연히 사서 본 한겨레21 이번호(529호)에 그동안 연재되었던 '동아시아론'에 대한 반론이 실려있었다. 김성기라는 문화비평가의 글인데 그의 비판점에 대해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한데 김성기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문화비평가라는 직함 만큼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종잡을 수 없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1. '동아시아'의 실체가 무엇인가? 학적 연구는 대상이 필요한데 동아시아론은 여전히 '연구실체=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동아시아가 지칭하는 것이 지리적 호칭인지 아니면 사회적 호칭인지, 동아시아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지리적 호칭이라면 동북아시아와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하필 '동'아시아인지에 대해서 전혀 답을 주고 있지 못한듯 하다. '장소' 혹은 '관계'를 강조하는 입장들도 마찬가지이다.

2. 아시아 혹은 동양은 존재하는가? 앞에 질문과 비슷한 것이지만 순수한 의미의 아시아 혹은 동양의 존재가 가능한가? 이러한 존재를 상정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론에서 '아시아'는 어떠한 가치를 지칭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오리엔탈리즘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나에게는 있어서는 이러한 의문들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동아시아론'이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기 보다는 이러한 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론'은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는 것으로 그칠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개인적으로는 근대화의 내포적 성격으로서의 식민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식민지는 사라졌지만 식민지성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postcolonialism의 문제의식이 조금더 끌리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에서 제3세계는 언제나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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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의 현실
thinking | 2004/10/06 14:00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 보면 고전(古典)의 뜻으로 1. 옛날의 법식이나 의식. 2. 고대의 전적(典籍). 3. 시대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후세 사람들의 모범이 될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 특히 문예 작품을 이른다고 나온다. 즉, 한 마디로 읽어 볼 가치가 있고 읽어야 하는 책들을 일컫는다. 고전의 범위를 둘러싸고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고전이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상식으로 존재한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하거나 멋진 비유 문장을 쓰고 싶을 때 인용하는 것들은 대부분 이 고전 속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그래서 변신(카프카), 인형의 집(입센),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적과 흑(스탕달), 파우스트(괴테), 좌와 벌(도스토예프스크), 아큐장전(루쉰), 삼국지연의(나관중), 서유기, 1984년(조지 오엘), 구운몽(김만중),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구토(사르트르) 등 문예 작품들부터 리바이어던(홉스), 국부론(스미스), 과학혁명의 구조(쿤), 종의 기원(다윈),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베버), 미국의 민주주의(토크빌),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슬픈 열대(레비-스트로스), 영국노동계급의 형성(톰슨),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브로델), 유토피아(모어), 사기열전(사마천), 군주론(마키아벨리), 삼국유사(일연) 등의 사상서들까지 고전의 제목과 저자들은 우리에게 친근하다. (여기 언급한 고전들은 지금 생각나는 것을 적은 것이라서 고전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할 수 없음) 그리고 일정한 혹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내용들과 결론들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책의 내용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서 이러한 고전을 직접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그점은 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고전을 직접 읽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고전들의 다이제스트 판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학교 시험에 출제되는 고전일수록 이런 현상은 특히 심하다. 부분을 읽었기 때문에 다시 읽기 귀찮을 뿐만 아니라 내용을 아는데 왜 또 읽겠는가? 답만 알면 되는 것이다.
요새 대학 입학에서 논술 시험을 보면서 고전에 대한 강조를 해온지도 멀게는 10년 정도 되는거 같다. 그리고 새로운 대학 입시 정책은 독서교육을 중점으로 간다고 한다. 아마도 앞으로 고전을 파는 출판사들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릴지도 모른다. 아니다, 고전을 다이제스트로 요약해 놓은 책을 파는 곳이 성공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제 고전의 의미는 바뀌고 있다. 굳이 직접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책이 고전인 것이다.
이렇게 된데는 고전이 삶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시험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되어버린 것도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동기가 있어야 책을 읽는다. 억지로 읽어야 한다고 채근하면 그만큼 읽기 싫어지는 것이 책이다. 고전을 한 묶음으로 괴롭히지 말고 그냥 놔두는 것이 오히려 고전이 '제대로' 읽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蛇足 : 맥락 없는 주제지만 알바를 하면서 평소에 느낀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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