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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 69
eyes | 2005/04/12 01:41
1.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도돌이표'라는 것이다. 영화는 돌고 돈다. 어느 10대 후반 남학생이 가지는 성적 환타지처럼 69는 68에 대한 환타지이며 이 땅의 혁명은 백일몽이었는지 모른다고 감독은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같다. 영화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과장된 묘사도 한 몫 하지만 69의 혁명은 무겁거나 복잡하지 않다. 100일 이벤트를 위해 여자친구의 학교에 몰래 들어가다가 발각됐다는 가십성 신문 기사와 별로 다르지 않은 듯도 하다. 매스게임과 방과 후 청소를 폐지시키는 '투쟁'에서도 노래는 '비속한' 거시기를 노래하며 어긋난 분위기를 연출한다. 권위는 없어도 혁명은 있다!? 그런 듯도 하다.

2.
69의 바리케이트는 익숙하다. 68의 구호들과 전공투의 깃발이 휘날린다. 혁명은 모방의 연속이다. 69에는 상상력이 없지만 멋있다. 익숙한 것은 혁명이 아니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중국, 쿠바 어느 것도 같지 않았다. 머그컵 속의 체 게바라와 티셔츠 속의 체 게바라를 서울에서 자주 본다. 수만 수천의 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상상력을 해방하라!!"

3.
3시에서 3시 10분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아주 길었다.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 듯 의지는 무너진다. 10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언젠가 유일하게 서까지 연행된 적이 있다. 묵비를 행사한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줄 몰랐다. 지치고 긴장된 마음은 불안감만을 키울 뿐이었다. 걱정스런 말투와 무관한 듯한 질문들. 그것은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다. 잤다. 생각을 멈추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2시간 정도를 잤다. 1시간 뒤 난 아무일 없이 걸어나올 수 있었다. 남들은 배짱 좋다고 했지만 잠만이 나의 유일한 탈출구였을 뿐이다. 영화와 경험 사이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4.
도돌이표인 이 영화가 좋다. 혁명은 언제나 내 앞에 있다. 돌고 돌아도 결국 다시 내 앞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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