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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에 대한 맹목적 전제
thinking |
2005/02/1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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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쟁점의 설정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에서 정말 심각한 것은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전제는 경제를 발전시켰다거나 자주외교를 했다거나 하는 일종의 '믿음'들이다.
1.
우선 박정희가 우리나라를 잘 먹고 잘 살게 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박정희 집권기 전반을 경제적 추이로 살펴보면 50년대 후반부터 한국경제는 성장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박정희의 집권과 무관하게 원조경제에서 자랍형경제로 전화되던 시기였다. 즉 박정희여서 경제가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경제적 흐름이 상승하려는 시기였다. 오히려 쿠테타가 발생해서 경제성장이 몇 년간 지체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박정희의 몰락을 김재규의 총탄으로만 설명해서는 안된다. 당시 만연되 있던 사회적 불안의 이면에는 경제불황이 있었다. 7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한국경제는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즉 경제발전을 했다는 박정희 집권기가 사실은 경제문제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던 시기가 70년대 후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재규의 총탄은 박정희의 경제실정을 묻어버리는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더구나 실제적 성과로 자랑하는 경부고속도의 경우를 봐도 박정희의 경제발전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고속도로는 90년대 까지 전구간을 계속 보수했는데, 그 비용을 따져보면(이런건 안따지고 이상한 것만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다. 경제비용을 세대를 넘어서 떠넘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2.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에 박정희의 외교에 대한 환상은 믿음이 되었다. 하다 못해 쿠테타 이후 처음으로 미국 방문을 했을 때 대낮에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쓴 것도 자주외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실정이다. 똘아이 짓을 해도 신화는 이렇게 뭔가 있어보이는 의미를 부여한다.
여튼 자주외교를 결정짓는 비공식적이지만 대표적인 사례인 핵개발 계획도 맥락을 보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우선 핵무기를 과학자 한 명이 만들 수 있다고 하는 생각도 난데없지만, 핵무기 개발의 의도는 박정희의 영구집권과 맞물린 생각이다. 유신을 인정하긴 했지만 유신에 대해 다소 비판적이었던 미국 '일부의 태도'와 주한미군 철수 등 냉전의 균열로 예전 같지 않은 한미관계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즉 핵무기 개발 계획은 미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협상용 카드였다고 볼 수 있다. 자주외교 이런 것 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런 것은 드라마에서나 하는 말이다.
더구나 한일협정 문제를 보면 박정희의 외교가 얼마한 자신들의 보신을 위해서 이루어졌는가를 알 수 있다. 장면 정부 시절 한일협상의 분위기와 쿠테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마음이 급했던 쿠테타 세력의 협상 분위기는 당연히 달랐다. 피해당사국이 가해당사국에게 쩔쩔매면서 겨우 합의를 본 것이다. 그것도 개인의 청구권을 국가가 '알아서' 포기하면서 말이다. 자주외교니 국가의 경제발전이니 하는 문구는 쿠테타 세력들의 합리화이며 당시를 되살리고 싶은 자들의 열망의 표현을 담은 '믿고 싶은' 환상일 뿐이다.
3.
과거는 단절하겠다고 단절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과거의 묻혀졌거나 왜곡되었던 일들의 시시비비를 확인하는 것을 과거에 대한 부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부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어차피 과거의 기억을 혹은 사실을 논하는 것은 일정하게 정치적 행위이다.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온전하게 복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건설적이고 긍정적일 것이다.
그리고 박정희의 '실'이 박정희의 '공'을 덮어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현상의 앞과 뒤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상황논리를 대면서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못 했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정말이지 웃기는 일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뺏어서 해놓은 것을 보고 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칭찬하는 것은 정말이지 생뚱맞은 주장이다.
4.
독일에서 나치의 재현이 너무나 당당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일본의 군국주의 경향(일본의 이라크 파병일이 러일전쟁 개전일과 같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과 박정희 시대의 복원도 너무도 당당하게 등장하고 있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는 여전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스스로에게 항상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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