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제국의 위대한 원형은 항상 로마 제국이었으며, 그로 인해 사람들은 미개한 야만족들에게 문명을 자애롭게 확산한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 … 로마 제국은 영국인들에게(그리고 이들보다 덜하지만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에게도) 자신들의 제국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모델을 선사했고, 또 타키투스(Tacitus)의 말을 빌리자면, 문명화된 인종이 야만과 미개함에 거둔 승리의 중요한 선례를 제공했다. 로마 제국은 영국인들에게 문명을 전파한다는 의무감을,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그 의무감을 부여해주었다. 바로 이점이 고전고대 문화의 언어와 역사가 영국의 학교와 대학의 대부분의 교과과정에서 기초과목으로 계속 활용된 이유를,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불합리한 것이었을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요컨대 고전은 제국주의 국면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수단으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동인도성(East India Office)이나 식민성(Colonial Office)에 들어가려는 이들에게 옥스퍼드에서 '대작(大作)들'(즉 고전들)을 읽는 것이 요구되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영국 상류층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천 여 년 전에 자신들을 정복했던 자들의 문화와 사랑에 빠졌고, 자신들의 문화적 생산물과 교육 제도에서 그들을 모방했다. 영국의 상류층이야말로 최초의 흉내 내는 인간들이었다.
- Robert J. C. Young, [Postcolonialism], 2001, 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