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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로마
thinking | 2004/11/27 00:29
이전에도 고전에 관한 글을 썼었는데, 이번에는 고전교육이 어떤 맥락에서 제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글이 있어서 소개할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고전 특히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기의 고전들이 성행하는 현상에 대해서 다음 글을 읽어 본다면 비판적인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에 제국의 위대한 원형은 항상 로마 제국이었으며, 그로 인해 사람들은 미개한 야만족들에게 문명을 자애롭게 확산한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 … 로마 제국은 영국인들에게(그리고 이들보다 덜하지만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에게도) 자신들의 제국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모델을 선사했고, 또 타키투스(Tacitus)의 말을 빌리자면, 문명화된 인종이 야만과 미개함에 거둔 승리의 중요한 선례를 제공했다. 로마 제국은 영국인들에게 문명을 전파한다는 의무감을, 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그 의무감을 부여해주었다. 바로 이점이 고전고대 문화의 언어와 역사가 영국의 학교와 대학의 대부분의 교과과정에서 기초과목으로 계속 활용된 이유를, 그런 것이 아니었다면 불합리한 것이었을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요컨대 고전은 제국주의 국면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수단으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동인도성(East India Office)이나 식민성(Colonial Office)에 들어가려는 이들에게 옥스퍼드에서 '대작(大作)들'(즉 고전들)을 읽는 것이 요구되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영국 상류층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천 여 년 전에 자신들을 정복했던 자들의 문화와 사랑에 빠졌고, 자신들의 문화적 생산물과 교육 제도에서 그들을 모방했다. 영국의 상류층이야말로 최초의 흉내 내는 인간들이었다.
- Robert J. C. Young, [Postcolonialism], 2001, 33쪽

정치적인 (형식적)독립만으로 식민지의 유산을 떨쳐내는 것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 한국이 일본을 모방하고 일본이 영국을 모방하고 결국 자신을 옮아맨 이데올로기의 토대를 여전히 교양 혹은 상식의 일종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을 넘어)추종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전의 Spivak의 강연에서 Spivak과 조동일 선생이 지적했던 그리스로마 신화가 서구중심적 사고의 기초라는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꼬리말 - 역사학의 세부 전공을 엄밀히 나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마치 서양사 전공 같군. 하긴 서양사가 더 편하건 사실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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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LOOR & GRAVITY 2004/12/02 15:36 x
제목 : 고전을 읽어야 할까
게놈도, 나노도,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쓰여진 책들을, 내가 읽어야 할까? 소문만 듣는 정도로는 안될까? 물론 현재는 과거에서 이어져 있다. 유행 그 자체인 지금 입고 있는 옷이지만, 복식사?
happyalo 2004/11/27 04:45 L R X
그리스로마신화가 서구중심적 사고의 기초라는 말에 공감.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유행한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울 아이도 꽤 봄),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가 문득 궁금해지는군요.
이게 잘 팔려서인지 얼마 전 서점가니까 중국신화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더군요. 갑자기 약소국의 서러움이 느껴졌더랬는데...
zorba 2004/11/28 09:31 L R X
그리스로마를 아주 잘 알고 있는 한국인은 정말 이상한거 같아요.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국이 절대적으로 약소국이라서라기 보다는 특정한 열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즉, 약소국이라는 느낌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제국(empire)을 상정하고 비교하니까요. 제국이 되고 싶은 무의식을 아이들에게까지도 물려주고 있는 것이지요. 참 무서운 일이리고 생각합니다.
Yuni 2004/12/02 15:46 L R X
제국에 대한 열망... 사실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환타지 소설, 제국과 왕조와 귀족의 얘기를 빼 놓곤 잘 만들지 못하나봐요. 그만큼 어디에서나 확실한 수요가 보장된 컨텐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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