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우연히 티비채널을 돌리다가 '국기에 대한 맹세'가 흘러나오길래 "뭐지?"하며 기다려봤다. 그것은 '4.3. 위령제'였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 이어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그리고 '순국선열과 4.3. 영령들에 대한 묵념'이 연이어 진행되었다.
나는 이 광경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제주4.3.은 국가폭력에 의해서 자행된 학살사건이다. 진상위조사에서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데 이 사건의 위령제에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을 확인하는 의례가 별다른 고민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4.3.의 희생자들은 국가를 위해 죽은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죽은자들이다. 즉 과거의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과 현재의 국가폭력에 대한 비판이 이 위령제에서 진행되는 것이 보다 적절한 것이 아닐까. 그저 위령제가 사건의 의미와 무관하게 '국가행사'의 의례에 따라서 '당연하게' 구성된 느낌이었다. 이것이 단순히(?) 공무원의 편의주의인지, 아니면 의례가 국가화하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는 이해도 안될 뿐더러 상당히 불편한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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