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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비판. 공허.
books/documents | 2006/07/03 23:38
나는 그동안 '민족주의 비판'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이 있었다. 그것은 민족의 순수함이라던가 민족주의의 필요성 따위를 믿었기 때문은 아니다. 이제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민족주의 비판'이라는 담론이 주는 공허함 때문이었다. 막강한 화력을 가진 이러한 담론에는 중요한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고, 현재의 사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꽤 자주(!) 이러한 담론이 '깔때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문사회 교양용 필수 입문 키워드라고나 할까. 비판 자체가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비판의 담론이 만들고 있는 현실적 효과가 불편한 것이다. 오늘 본 이 글은 이런 나의 생각과 일견 맞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인용해 본다.

민족주의의 양면성은 충분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민족주의 비판은 '저항적' 민족주의를 특권화하기 않음으로써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표상된 '전체성'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지닌다. 그러나 이것이 근대에 대한 본원적인 비판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 오히려 그것은 민족(국민국가)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를 기만케 만들었던 마지막 '전체'를 비판함으로써 '개인의 해방'을 기치로 한 근대성의 실질적인 완성자로 기능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논의들은 종종 '자유로운 개인'에 대한 헌사 혹은 '다원주의적 시민사회'1에 대한 지향으로 귀결되곤 하는데, 이러한 주장은 당위적일 수는 있을지언정 근대 비판적이기는 어렵다. 자유로운 세계시민의 상을 긍정한다고 해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이 귀납적으로 탈근대의 이상을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서 서유럽을 모델로 하는 근대적 사유의 흔적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이 나만의 감각은 아닐 것이다.2
인용문 안에 있는 각주는 본문의 각주다. 그리고 첨가하면 개인적으로 박노자에 대한 박헌호씨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독서열에 감탄하긴 하지만. 확실히 인문학자는 어학이라는 특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1. 박노자, '개화기의 국민 담론과 그 속의 타자들',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회,근대계몽기 지식개념의 수용과 그 변용, 소명출판사, 2004, 255쪽 [Back]
  2. 박헌호,'문학''史' 없는 시대의 문학연구,역사비평2006년 여름호, 105쪽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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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말제이 2006/07/20 13:37 L R X
어학이 필요하다는 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씀대로 인문사회학도에겐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역시 도구는 익숙해야...

생뚱 덧글 같군요. ^^;
zorba 2006/07/25 17:00 L X
도구 사용법을 배우는게 더 걸리니 힘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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