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 듯 하다. 자신의 일상과 관련한 실제적인 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썩 내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변화를 전혀 꺼려하지 않는다. 변화 혹은 개혁을 지지하는 행위는 그 자체의 논리나 주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생활과의 거리감이 보다 중요한 결정요소가 되는 것 같다.
선거에서 정책은 무척 중요하다. 모든 것을 무로 만들어 버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결국 국가재정의 운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결정이 정치의 실체를 이룬다. 하지만 정책은 사실 선거에서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정책을 보고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노당 지지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선거기간 동안 정책을 제대로 검토하기는 실제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지지하는 이유가 정책때문이라기보다는 지지하기 때문에 정책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납득할 하나의 정책만 있으면 족한 것이다. 사실 수많은 영역의 전문화된 정책을 일일히 판단할 능력을 유권자가 모두 가지고 있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신뢰하는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정책은 데코레이션의 역할을 할 뿐이다.
지금 시대의 이미지는 변화와 개혁이다. 기존의 정치적 도식에 따르자면, 개혁과 변화는 진보세력 혹은 최소한 정치적 자유주의 세력의 이름표였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의 이름표는 특정한 정치적 스펙트럼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지키려하고, 연륜있어 보이려하고, 시스템과 룰을 만들려 하다보면, 보수가 되는 것이다. 보수니 개혁이니 하는 것은 존재적인 것이 아니라 인식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는 정치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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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러 가서 그저 종이만 접어서 넣고 오는 것도 정치적 의사이다. 아예 가지 않는 것에 비하면 조금은 적극적인 표현이 아닌가. 표현된 결과는 오십보 백보겠지만. 그래도 비례대표는 찍었다.